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31일 주민들이 창살 뒤에서 이스라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에 갇혀 있는 가자지구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1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일축하고, 지상전을 확대하고 있다. 절망과 비극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30일까지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8309명, 실종자는 1950명으로 사망·실종자가 1만명을 넘었다고 집계했다. 실종자 대부분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구조 작업을 할 수 없어 대부분 숨졌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3747명)·여성(2062명)·노인(460명)이 전체 사망자의 67%였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언론인은 이스라엘군 탱크가 민간인이 탄 승용차를 공격해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다며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도 처참하다. 생색내기처럼 트럭 몇 대로 들어가는 구호물자는 굶주림과 절망, 공포에 휩싸인 220만명 가자주민들에게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하다. 오랫동안 식량과 물 등 생필품이 끊기면서, 주민들이 유엔 구호품 창고를 약탈하는 등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피난에 나섰다가 바로 앞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본 아이들은 극심한 심리적 상처와 공포에 시달린다.
다가오는 현실은 더욱 두렵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삼면에서 둘러싸고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고, 수백 대의 탱크와 장갑차들이 가자지구 안에서 진격하고 있다. 곧 본격적인 지상전이 벌어지면,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0일 전시내각 회의를 한 뒤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휴전 요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테러에, 야만에 항복하라는 것”이라며 하마스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국제질서를 유지해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로 마비되어, 참상을 막기 위한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있다. 30일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 수용을 이스라엘에 요구하기 위해 소집된 안보리에서도 미국은 이스라엘의 입장을 강변했다. 가자지구의 고통과 절망이 계속되면, 전쟁과 분노는 중동 곳곳으로 확대되고, 세계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