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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특별감찰관, 10억 예산은 잡아놓고 왜 임명 않나

등록 2023-11-02 18:06수정 2023-11-03 02:39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있는 특별감찰관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있는 특별감찰관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않아 기능 정지 상태에 있는 특별감찰관실(특감)에 내년 예산 10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폭이지만 전년에 견줘 증액까지 했다. 예산안을 짠 법무부는 “갑자기 임명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는데, 정작 국가적으로 중요한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사정없이 깎은 정부가 할 말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최근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보고서를 보면, 특감실 예산으로 10억900만원이 잡혀 있다. 전년보다 1200만원 정도 늘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 중 사무실 임차료와 관리비 등으로 5억1천여만원을 쓰고, 남은 예산은 반납했다. 7년째 근무자가 없다 보니 해마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 ‘식물 기관’ 사무실을 유지하려고 해마다 5억을 쓴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특감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위 행위를 상시 감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6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신설됐다. 한마디로 대통령 주변의 부정·비리를 살피는 ‘워치도그’(감시견)인 셈이다. 초대 이석수 특감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 감찰, 박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으로 이어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게이트’ 내사에 나섰다가 2016년 9월 사실상 해임됐다. 그 뒤로 특감은 정권의 기피 대상이 돼왔다.

대통령과 국회의 잘못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내걸었고 취임 직후에도 이를 거듭 밝혔으나, 취임 1년 반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8월 “(특감 후보가)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겠다”며 국회 핑계를 댔으나, 지금껏 여야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눈치를 살피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5년의 공백을 의식해서다. 야당 때는 목소리를 높이다, 여당이 되면 아무 말이 없어진다. 그러는 사이 윤 대통령 처가가 의심받는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이 불거지고, 대통령 처남이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에 연루돼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특감을 더 이상 비워둬선 안 된다. ‘김건희 리스크’, ‘처가 리스크’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특감을 임명하지 않는 건 윤 대통령의 의도적인 직무유기다. 기왕 예산을 책정했으니 더 이상 임명을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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