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식당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 철회를 발표한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종이컵이 쌓여있다. 환경부는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연합뉴스
당정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을 잇따라 쏟아내는 가운데,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둔 친환경 규제까지 급제동을 걸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앞세워 예고된 정책 시행을 없던 일로 돌려버린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정책 혼선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크다.
환경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일회용품 관리 방안’은 한마디로 ‘일회용품 규제 포기’나 다름없다. 음식점 등의 종이컵 사용 금지는 오는 23일로 1년 기한 계도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번 조처로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 품목에 종이컵은 제외됐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계도기간은 연장됐는데, 향후 종료 시점이 언제인지 언급조차 없다. 환경부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을 보며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무기한 연장’이란 해석까지 나왔다. 계도기간에는 ‘위반 시 최대 300만원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지 않는데, 계도기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정책이다. 환경부는 불과 두달 전만 해도 앞으로 시행될 규제를 홍보하기 위한 권역별 설명회를 열었다. 이 때문에 비용을 들여 대비책 마련에 나섰던 상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환경부는 다회용기 사용을 위해 인력을 더 뽑고 대체품을 구입해야 하는 소상공인의 애로를 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는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지원 등 계도기간에 필요한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당정의 무리한 총선용 행보와 이에 따른 정책 혼선은 지난 5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공매도 전면 재개 방안을 검토해온 금융위원회는 돌연 “한국의 특이한 상황 때문”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다. 개미 투자자를 염두에 둔 선심성 정책에 다름 아니었다. 또 정부는 그동안 ‘은행권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반대해왔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은행권 비판 발언 이후 내부 기류가 바뀌고 있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 목표와 방향을 설정한 뒤 지속적으로 추진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은 탓이다. 그래야 경제 주체들도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부담을 줄인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더 이상 선심성 공약의 남발로 정책 혼선을 자초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