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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 위성 발사에 9·19 ‘안전판’ 제거, 충돌 위험 높인다

등록 2023-11-22 18:18수정 2023-11-23 02:42

북한이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서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서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밤 정찰위성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뒤 정부는 곧바로 22일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했다. 정부가 우발적 충돌의 안전판을 스스로 깬 것이다. 북한이 ‘합의 위반’을 빌미로 도발에 나서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악화될 우려가 커졌다.

북한은 21일 밤 10시47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발사했으며,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영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현지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 정치 방침을 확정했다.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20㎞(서부 지역)~40㎞(동부 지역) 공역에서 정찰 활동을 금지하는 이 조항이 정지되면서, 군은 22일 오후 3시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시·정찰 활동을 강화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은 명백하다. 북한이 전술핵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동향을 원격 감시할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의 만리경-1호가 정찰위성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기술적 문제들을 극복해나간다면 한국의 안보 부담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에 맞대응해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역효과를 낼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가 2018년 북한과 맺은 9·19 군사합의가 한·미의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해 북한에만 유리하다며 합의를 파기하거나 효력 정지하겠다는 의도를 계속 밝혀왔다. 그런데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닌데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효력 정지에 나선 것은 논리와 명분이 약하고, 오히려 북한이 역공에 나설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한국이 먼저 남북간 합의 이행을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판도라 상자를 스스로 여는 격이다. 한국이 군사분계선 일대 정찰 활동을 재개한 데 북한이 정면 대응으로 나온다면 육상, 해상, 판문점 등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위험은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한국에 온다고 북한이 도발을 멈추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정부가 중국을 포함하는 다각적 외교로 안보 상황을 관리하는 성과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고, 한국의 안보가 칼날 위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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