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실종자 수색사고 생존 장병의 어머니가 지난 9월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임성근 사단장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마친 뒤 흐느끼고 있다. 백소아 기자
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채아무개 상병이 숨진 해병대 1사단의 임성근 전 사단장이 사고 책임을 부하에게 떠넘기는가 하면,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생존한 장병과 그 가족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젊은이가 무리한 수색 지시로 목숨을 잃었는데, 고위 지휘관들이 국방부 지시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의혹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이런 마당에 피해자이자 자신의 부하였던 생존 장병을 사단장이 공격하다니, 이런 지휘관을 믿고 따랐단 말인가.
임 전 사단장(현재 정책연수 중)은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재판을 맡은 군사법원에 지난달 21일 188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는 진술서에서 전역 뒤 자신을 고소한 생존 장병 ㄱ씨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인식한 상태에서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ㄱ씨 어머니에 대해서도 “사건의 전체적인 상황과 실체적, 객관적 진실은 멀리한 채” 추측성 기사와 일부 단체 주장만 믿고 자신을 고발했다고 매도했다. 생명을 잃을 뻔한 피해를 겪고 그 책임자를 가리기 위해 법에 호소한 생존 장병과 가족을 사리분별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이야말로 애초 이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그의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고 경찰에 넘기려 했다는 객관적 사실에 애써 눈감고 있다. ㄱ씨와 어머니를 도운 시민단체를 겨냥해 “군부대의 생명과 같은 지휘권을 와해시키는 전형적인 이적행위이자 북한의 사이버 공격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건의 실체를 호도하고 상식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쪽은 임 전 사단장이다. 자신의 지휘를 받는 부하가 생명을 잃었음에도 자신만 생각할 뿐,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휘관이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수중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현장 지휘관들이 잘못 알아들어 생긴 일”이라는 주장도 했다. 책임은 부하들에게 전가하고, 피해자인 부하 장병까지 매도하는 지휘관을 보면서 국민들이 군을 믿을 수 있겠는가. 임 전 사단장은 ㄱ씨의 고소가 “군의 신뢰를 저하시켰으며 지휘권과 군 가치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군의 신뢰와 가치체계를 허문 장본인은 채 상병 죽음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한 국방부와 고위 지휘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