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원룸의 1인가구. 박승화 한겨레 기자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750만으로 전체 2177만가구의 34.5%로, 가구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남성 1인 가구 비율은 22%로, 5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살았다. 결혼을 않거나 늦게 해 혼자 사는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1일에는 결혼 5년차 이내 신혼부부가 103만쌍으로 전년보다 6.3%(6만9천쌍)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달 초에는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는 집계도 발표됐다. 한 세대가 지나면 65%의 인구가 사라지는 수준이다.
이런 한국 상황을 두고 뉴욕타임스조차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는 너무 조용하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인구 감소 통계가 나오는 수준이라 이젠 더 이상 충격도, 자극도 되지 않는 듯하다.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덤덤한 반응은 우려스럽다.
눈앞의 정치적 이해만 계산해 오히려 출산율 하락을 부추기는 정책을 회심의 선거전략으로 내놓기도 한다. 국민의힘이 꺼낸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이 대표적이다. 김포에 집을 가진 일부 유권자들의 욕망을 건드려 수도권 총선의 불리한 지형을 바꿔보겠다는 건데,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높은 집값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러니 절망스럽다. 국정 운영에 책임이 큰 여당이 이 지경이니,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겠나.
이른바 킬러 문항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도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근본 원인은 우리 사회의 경쟁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이고, 그 시발점이 대학 입시인데, 경쟁을 완화할 생각은 않고 엉뚱한 사교육 카르텔 때려잡기로 몰아가니, 수능은 다시 어려워지고, 경쟁은 더욱 격화하는 것이다.
지난 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이라는 보고서의 제안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한은은 출산율 하락 이유로 전반적인 경쟁 압력과 함께 주거·고용·양육 등 3가지 측면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을 꼽았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양육 예산지원을 늘리는 등 구조개혁이 이뤄지면 0.7명대인 합계출산율이 1.5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법은 이미 있다. 정책결정권자 등 책임 있는 이들의 통절한 반성과 실행이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