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김기현 대표 사퇴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결국 사퇴했다.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책임론이 제기된 지 두달여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하다시피한 김 대표가 물러났지만, 여당의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고, 수직적인 집권 여당과의 관계를 바로잡지 않는 한 단순 인물 교체로 끝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당이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라고 했다. ‘서울 6석’ 등 여당의 총선 필패론이 제기되고, 또 다른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사실 김 대표 사퇴는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면 한결 깔끔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명분 없는 자리 보전을 선택했다. “전권 부여” 운운하며 껍데기뿐인 혁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느닷없이 ‘김포 서울 편입론’을 띄우며 책임론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다. 지금도 당대표직을 사퇴하는 마당에 총선 불출마 여부조차 분명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당 난맥상의 모든 책임을 김 대표에게 지우는 건 지나치다. 객관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여의도 출장소’로 불리는 지금의 집권 여당을 만든 책임은 8할 이상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 당원이 선출한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고 김 대표를 억지로 앉혔다. 결정은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내리고, 여당은 이를 수행하는 하부기관 또는 돌격대인 양 대했다. 지난 10월 보궐선거는 ‘원인 제공자’를 사면시켜 기어이 내보낸 ‘대통령의 선거’였다. 그때 민심의 강력한 경고장을 받고도 ‘변화 코스프레’에 그쳤다. 그러니 총선이 석달도 안 남은 시점에 당대표가 물러나는 참담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여당은 당분간 혼돈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표를 새로 뽑을지, 비상대책위 체제로 넘어갈지, 대행을 세워 총선을 치를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다. 친윤 핵심의 추가 사퇴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관건은 윤 대통령의 변화 여부다. 김 대표가 사퇴에 이르게 된 대부분의 책임이 실상은 대통령 몫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협치를 실행하고, 당정 관계를 재정립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변화가 없다면 김 대표 사퇴는 잠시 눈길을 끈 일과성 이벤트로 끝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