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왼쪽 두번째)과 마허 비타르 미 NSC 정보국방정책 조정관(맨 오르쪽) 등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가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내년 중반까지 공동의 핵전략 기획·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 공동 훈련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핵협의그룹 회의 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핵전략의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계속 협의해 내년 중반기까지 완성하기로 합의했다”며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등 한-미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해 함께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전구급 한-미 연합훈련 때 핵 작전 시나리오가 포함된 적은 없었는데, 북한이 실제 핵을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미가 처음으로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한·미 정상이 핵 위기에 대비해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휴대장비 등 보안 통신망을 구축 중이라고 공개했고, 일본이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체 구성 가능성도 거론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급속도로 강화하면서 지난해부터 한국을 전술핵으로 겨냥하겠다고 위협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훈련을 계속해왔다. 또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고,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억지력을 강화하고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각적인 조처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게 미국의 핵우산과 전략무기 배치 증가에만 의지하는 것은 무모하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동맹을 무시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 공약은 물론 한-미 동맹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미국 자체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핵협의그룹으로 핵우산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지만, 핵무기 사용 여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미국 정부가 미국의 대도시들을 희생하면서 한국을 위해 반드시 핵우산을 펼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은 합리적이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능력을 요란하게 과시하기만 한다면 북한도 더욱 핵 능력을 강화할 것이고,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 위험은 높아진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통한 억제력 강화와 함께 그동안 방치된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으로 북핵 위협과 한반도 주변 긴장을 낮출 외교 해법도 진지하게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