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종교·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18일 오전 국회를 돌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8일 매서운 추위로 얼어붙은 땅바닥에 온몸을 내려놓는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국회 담장을 따라 3㎞를 이어갔다.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몸부림이다. 지난 14일부터 ‘159시간 비상행동’에 들어간 유가족들은 국회 앞 천막에서 혹한의 밤을 새우며 농성 중이다. 이날부터 20일까지는 매일 오체투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6월30일 야4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8월31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후 90일의 법사위 심의 기간을 꼬박 채우고 지난달 말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국회법은 신속처리안건이 본회의에 부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상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이유도 명분도 없다. 이대로 60일을 다 흘려보내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국회는 또 그때까지 법안 처리를 미루며 유가족들을 거리에서 울부짖게 놓아둘 셈인가.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참사의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밝히고 피해자의 권리 보장 및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한다는 특별법 취지는 재론할 필요도 없다. 형사적 책임에 한정된 검경 수사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다각도로 규명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그나마 진행된 수사·기소도 실무급을 대상으로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 예방, 대응, 복구 등 재난 관리의 단계별로 문제를 확인하고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한 교훈으로 새기려면 독립적이고 포괄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지난달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효과적인 구제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독립적 조사기구 설립, 고위직을 포함한 책임자 심판,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배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특별법의 취지 그대로다.
이런 특별법 제정을 가로막아온 국민의힘은 최근 이태원 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지원책을 담은 별도 특별법을 발의했다. 피해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이제 와서 생색내기용 특별법을 발의할 게 아니라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데 협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차례 특별법 신속 통과를 약속했다. 여야는 오는 20일 이태원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회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