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치소행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밤 구속됐다. 2021년 전당대회 때 뿌린 ‘돈봉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은 지 8개월 만이다.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성격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강령에 “모든 공직자의 부정부패 엄단”을 명시한 민주당으로서는 참담한 일이다.
송 전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뒤 돈봉투는 관행에 불과하다며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 관련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는 게 영장 발부 사유다. 혐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6600여만원을 받은 뒤, 이 돈을 300만원씩 나눠 현역 의원 20여명에게 전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앞서 중간전달책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관석 의원도 법정에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민주당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상응하는 입장을 내놓는 게 상식적이다. 정당의 최대 행사인 전당대회와 관련해 벌어진 일이고, 소속 의원 20여명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재명 대표가 한차례 사과한 바 있으나, 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 사안의 무게가 달라졌다. 당 전체의 도덕성이 의심받을 비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1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송 전 대표가 “탈당한 개인”이라며 “당 공식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탈당했으니 민주당과는 무관하다는 것인가. 민주당은 송 전 대표 등 돈봉투 사건 관련자는 물론 ‘코인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남국 의원에 대해서도 처음엔 진상조사를 한다며 부산을 떨다가 당사자들이 탈당한 뒤엔 나 몰라라 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수사와 재판으로 ‘사법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는데, 직전 당대표마저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도 줄소환을 앞두고 있다. 물론 최종 결과는 재판에서 확인되겠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그런데 사과도 반성도 없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 또 사과로 끝낼 일도 아니다.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전면적인 쇄신책을 내놓고, 이번 사건 관련 인사들은 총선 공천에서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신뢰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게 공당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