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원들과 종교·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18일 오전 국회를 돌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불발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중재안을 내놨지만, 여당은 진상규명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참사 원인과 수습 과정 등에서 발생한 문제를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요구엔 귀를 닫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2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정쟁을 유발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특별법에 포함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안을 겨냥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은 경찰 수사로 마무리된 만큼, 추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유가족과 생존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추모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유가족 지원 및 보상 강화 등을 뼈대로 한 이태원 특별법을 이만희 사무총장 명의로 대표 발의했다.
유가족들이 한파 속에 단식농성과 오체투지까지 벌이는 이유가 ‘더 많은 보상’이 아니라는 것은 국민의힘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는 정부의 부재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다. 관련 기관들은 예방, 참사 대응 및 수습, 후속 조치 등 모든 면에서 대응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형사적 책임에 한정된 검경 수사는 현장에 있던 실무급에 대해서만 ‘꼬리 자르기’ 하는 식으로 이뤄졌을 뿐이다. 지휘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은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건재하다. 독립적인 특별조사위를 구성해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명백히 해야 한다는 게 유가족들의 일관된 요구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특별조사위 구성을 전제로 특검 조항을 삭제하고, 법 시행 시기를 내년 4월 이후로 연기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여야에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하면서도, “정쟁 유발” 우려를 앞세워 진상규명 반대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이 드러날까 ‘비호’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태원 특별법은 사회적 참사가 벌어진 구조적 원인을 확인하고 국가의 책임과 과제를 찾아내는 데 취지를 두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처리에 즉각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