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정부가 내년부터 사용되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내용 등을 담을 것을 출판사에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중학교 교과서 검정 때도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점을 명시할 것을 지시했던 문부과학성이 올해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같은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인식을 전혀 고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매우 개탄스럽다. 일본 정부의 거듭되는 이런 역사 왜곡은 한-일 관계의 근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일본 정부는 이 밖에도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창씨개명, 중국의 난징 대학살 등 일본의 책임이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도 모호하게 표현할 것을 지시하는 등 여전히 지난날의 잘못을 호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몰염치한 태도를 오히려 강화시켜나가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한·일 두 나라는 3월1일부터 상대국 관광객한테 비자를 항구적으로 면제하는 조처를 시행하는 등 경색된 관계에 변화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오는 가을 물러나면 사정이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행위는 한국인들에게 ‘믿을 수 없는 일본’이라는 인식을 주고도 남는다.
정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시 중단돼야 한다. 관계개선과 교류확대 등을 내세워 유화적 태도를 보여서는 사태를 더 그르칠 뿐이다. 문제를 푸는 것은 일본의 태도 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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