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기소 여부를 논의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청장에 대한 기소를 권고했다. 애초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이 기소 의견을 냈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의 반대로 8개월 가까이 결정을 미룬 사안이다. 그사이 교체된 수사팀이 ‘기소하면 안 되는 이유’를 열심히 찾아내 제시했는데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기소가 마땅하다고 결론낸 것이다. 그만큼 검찰의 불기소 논리가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원석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이 김 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구속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보다 김 청장에게 더 큰 권한과 책임이 있고, 참사 위험을 인지하고서도 방치한 정황이 뚜렷하다는 수사 결과에 근거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원석 총장을 비롯한 대검 수뇌부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구속할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그러자 수사팀은 ‘김 청장을 불구속 기소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마저도 묵살당했다. 대검 수뇌부는 ‘신중한 검토’를 내세웠지만, 윤석열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김 청장이 기소되면 그 윗선인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총선을 앞둔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수사심의위는 이원석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했다. 그는 ‘수사심의위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기소 권고 결정이 내려진 뒤 검찰이 보이는 태도는 ‘존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수사심의위 다음날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한 언론에 “총장의 (수사심의위) 직권 소집과 수용 여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수사심의위 의견은 ‘권고 사항’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외부 전문가에 의존한 것도 떳떳하지 못한 마당에, 외부 ‘권고’까지 따르지 않는다면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무려 1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를 검찰이 1년 가까이 뭉개는 동안 유족들은 책임 규명을 요구하며 엄동설한에 오체투지까지 해야 했다. 검찰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검찰은 더 이상 유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