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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계 최대 방조제와 ‘새만금 묵시록’

등록 2006-04-21 18:35

사설
공사 시작 14년5개월 만에 어제 새만금 방조제 33km가 완공됐다. 수억년에 걸쳐 자연이 빚어낸 새만금 개펄은, 방조제 안에 갇힌 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죽어가게 됐다. 지난달 대법원 판결 이후 환경단체와 주민,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해수 유통을 요구하며 개발과 보존의 타협을 요청했지만, 이제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 시화호처럼 물과 개펄이 썩어야 정신을 차리겠지만, 애꿎은 국민이 물어야 할 대가는 너무나 크다.

이렇게 해놓고도 정부와 정치권, 전북도는 입만 열면 ‘자연친화’ 또는 ‘친환경’ 개발을 외치니, 가소롭기만 하다. 방조제 안에 조성될 토지의 용도 전환이 불가피함을 뻔히 알면서도 농림부는 지금도 대규모 우량농지 조성이라는 점을 강변한다. 전북도는 대규모 복합도시를 추진하면서도 친환경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새만금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은 그 속내를 알면서도 전북도의 이런 사이비 친환경 개발을 지원할 태세다.

지난달 대법원은 ‘농지 전용’을 전제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가 한사코 용도 변경을 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법률로 정책 결정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전북도는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본색을 드러냈다. 전북도는 지상 최대의 골프장과 대규모 놀이시설, 카지노와 요트장 등의 개발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나아가 정치권까지 동원해, 농지 전용이라는 명분을 포기하기 힘든 농림부와 개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전리품을 둘러싸고 흔히 벌어지는 충돌을 연상시킨다.

국민과 사법부를 천치로 여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태다. 세계 최대의 방조제를 바라보며,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을 예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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