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추리 사태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대상자가 60명을 넘어설 것같다. 10년전 한총련 연세대 사태로 438명이 구속기소되고, 이듬해 한총련 폭행치사 사건과 관련해 195명이 구속된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문제는 숫자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구속 이유에 있다. 4일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500여명을 연행해 3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범대위 지도부에 대해선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무집행방해였다. 5일 일부 시위대는 군부대가 친 철조망을 뚫고 진입해 주둔하고 있던 군인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 사고로 군인 10여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23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물론 법규에 정해진 대로 혐의를 적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법규를 따지기 앞서 고려할 일은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 문제다.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추리 사태는, 정부가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주민의 땅을 강제로 수용하려(뺏)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정부는 거부하는 이들을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다. 결국 공권력을 동원해 주민의 땅을 뺏고 거기에 철조망을 쳤다. 이런 공권력 행사에 맞서던 사람들은 공권력의 압도적인 무력에 밟히고 연행되고 구금됐다.
정당하지 못한 공권력 행사는 폭력이다.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은 천부인권에 해당한다. 정부나 정치권은 공권력 행사의 한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검찰 역시 위법 판단에 앞서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제 땅 수용을 거부하는 주민과,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정당한 저항이다. 이들을 무조건 징벌하는 것은 또 다른 국가 폭력일 수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