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전쟁은 북쪽에 의해 시도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게 재판부가 어제 실형을 선고했다. 비록 2심과 3심이 남았지만, 사법부가 학문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보다 학문적 연구를 위축시키고, 사상 표현을 제약하게 돼 실망스럽다.
특히 재판부가 “사상은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에서 검증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도, 유엔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 중 인권유린의 소지가 가장 많은 7조(찬양 고무)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보안법 폐지에 극렬 반대하는 보수 야당도 이 조항만큼은 삭제에 동의한 바 있다. 그만큼 문제가 많은 조항이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도 보안법 위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판부는 유죄 이유로 강 교수가 “국가 존립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선동적 표현”을 썼다거나 “국가 질서에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주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교수 개인의 글 한편 때문에 국가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위태로워졌다고 생각할 사람이나, 그로써 장차 민족의 존립과 안전이 위협당하리라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는 재판부가 지나치게 예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을 한 것은 아닐까. 주관적이고 예외적인 판단을 유죄 근거로 삼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강 교수가 한국을 신식민지라고 규정했다거나, 미국의 참전을 불법침략이라고 주장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법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옳고 그름이 가려져야 옳다.
재판부는 강 교수가 ‘만경대 방명록 필화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더욱 자극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을 반복한 것”에 자극을 받아, 사문화한 조항까지 적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많은 학자들이 강 교수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왜 그의 사법처리엔 반대했는지, 그 이유를 잘 헤아려야 한다. 미국의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 대학교수 등 국외 중견학자 33명은 지난해 강 교수가 기소되자 이런 내용의 성명을 낸 바 있다. “논란이 예상되는 연구 결과를 표현할 자유가 없다면, 논란이 되는 견해를 밝힐 자유가 없다면, 대학의 학문 연구는 질식하고 만다. 학문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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