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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외규장각 도서 반환, 전시로는 안 된다

등록 2006-06-09 02:02

지금 한국과 프랑스에선 서로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행사들이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 4일로 120돌을 맞은 두 나라 수교를 기념하기 위한 것들이다. 오늘 새벽엔 한명숙 국무총리가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행사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두 나라의 이해와 관계 증진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관계 발전을 막는 것이 있으니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가 그것이다. 수교 20년 전 프랑스 군은 강화도를 침략해 왕실 도서관에 해당하는 외규장각을 약탈했다. 외규장각엔 당시 6천여 종의 도서와 의궤가 있었다. 이 가운데 프랑스 군은 191종 297책을 가져갔고, 나머지 도서는 불타 버렸다. 프랑스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140년 동안 국가적 보물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외규장각 도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한국 정부가 이 도서의 반환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그런 문화적 가치만이 아니라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권국가였던 조선은 프랑스 군에 의해 왕실 도서관까지 유린당하는 치욕을 당했다. 프랑스는 그렇게 약탈한 문화재를 지금까지 국립도서관에 자랑스레 전시하고 있다. 침략과 침탈의 역사가 이렇게 버젓한데 어떻게 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장삿속으로 이용해 왔다. 프랑스 국가원수는 1993년 고속철 기종 선정 협상 과정에선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약속했다가 협상이 매듭지어지자 약속을 백지화했다. 이후 협상에서 프랑스 쪽은 우리의 다른 왕실 도서와 맞교환 대여 형식을 추진했다. 2차대전 뒤 독일군이 약탈한 고갱·세잔·모네 등의 그림과 문화재를 고스란히 되받았던 나라로서 참으로 염치없는 요구다.

두 나라 총리는 어제 외규장각 도서의 한국내 장기 또는 정기 전시회 개최를 협의하기 위해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곧 방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시는 해답이 아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완전하게 반환돼야 한다. 물론 문화재 환수는 쉽지 않다. 소장 국가가 거부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대의 명분을 살려 주면서도 명분과 실리를 함께 확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완전 환수를 위한 장기전을 펼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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