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단지 안 부녀회의 아파트값 올리기 짬짜미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행태도 대담해졌다. 일정한 값 아래론 집을 내놓지 말라고 주민에게 당부하는 수준을 넘어, 중개업소를 윽박지르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부르는 값(호가)을 최고 40%까지 올릴 것을 중개업소에 요구하고, 듣지 않으면 부녀회가 단체로 거래를 끊겠다고 엄포 놓은 단지도 있다. 이 지경에까지 이른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평범한 이웃 주부들의 모임인 부녀회를 이렇게 몰고간 원인은 복합적일 게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초기 짬짜미는 어떻게든 내 집 값만 올려받으면 된다는 이기심과 탐욕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하지만 이후 확산에는, 강남 등의 집값 급등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가만히 앉아 있다간 손해 본다’는 피해 의식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집값을 잡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있었을 터이다.
주부들의 심경이 이해도 가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집이 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 집이 비싼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 갈등과 질시가 깊어질까 걱정스럽다. 모두 짬짜미에 나서면 결국엔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분위기는 제동장치 없는 과속 차량을 보는 듯하다. 억지 호가 올리기가 잠시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 값이 지속될 순 없다. 거래는 더 위축될 테고, 일부 거래가 성사됐다고 한들 남에게 덤터기 씌운 것일 뿐이다. 자신이 다른 아파트를 살 때 똑같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역지사지’라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일원으로선 부끄러운 짓이다.
메아리 없는 호소일지 모르나, 부녀회들이 스스로 이 야박한 게임을 멈췄으면 좋겠다. 어느 부녀회가 ‘자 모두 이제 그만!’ 하며 나서고, 다들 따른다면 최선이다. 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짬짜미 행위를 처벌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지만, 이는 쓰지 않으면 좋을 고육책이다.
실거래값을 바탕으로 한 공신력 있는 시세정보 체제가 없는 것도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의 하나다. 인터넷 정보업체들이 중개업소를 통해 파악한 호가를 시세인 양 싣는데도 이를 대체할 정보가 없는 한, 호가 부풀리기 유혹은 늘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시세정보 체제를 마련하고 있긴 한데, 더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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