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치러진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우파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44) 후보와 중도좌파 민주혁명당의 로페스 오브라도르(53)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칼데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몇 해 전부터 중남미 대륙을 휩쓴 ‘좌파 도미노’ 물결이 이 나라에도 상륙했음을 보여줬다. 나라 안팎의 파장이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전의 주인공은 오브라도르 후보였다. 그는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집중 부각시켜 선거를 사실상 자신에 대한 찬반투표로 만들었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수도 멕시코시티의 시장을 지내면서 ‘서민을 위한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굳힌 그는 이번에도 서민·노동자 우선의 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맞서 칼데론 후보는 중산층의 안정 심리를 파고들어 막판 추격에 성공했다.
주목되는 것은 북-미 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검토가 선거전의 주요 쟁점이 된 점이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미국과의 12년 결혼’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들에게 고통을 준 만큼 자국에 불리한 부분은 재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1994년 협정 발효 이후 미국-멕시코 사이 교역량은 거의 세 배로 늘었으나 멕시코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 1%대에 그쳤다. 남북 지역간, 도농간 격차는 더 심해졌고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가난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부터는 주식인 흰옥수수를 수입하도록 돼 있어 농민들의 위기의식은 더 커지고 있다. 성급한 나프타 체결이 멕시코 사회의 모순을 심화시킨 것이다. 2천만명이 넘는 미국내 멕시코인 이민자 문제도 나프타와 얽혀 있다.
이번 대선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산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멕시코처럼 경제 성장보다는 사회 양극화로 이어지기 쉽다. 또 계층·지역간 모순을 심화시켜 국론 분열과 정치·사회 불안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국민적 합의는 생략한 채 미국이 제시한 전제조건을 다 수용하고 협상 강행에 매달리는 모습도 10여년 전 멕시코와 너무 비슷하다.
멕시코 새 대통령은 선거전 및 개표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이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민의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