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아베 총리와의 대화, 첫 단추 잘 꿰야 탈이 없다

등록 2006-10-03 18:18수정 2006-10-03 18:20

사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무너졌던 한-일, 중-일 정상회담을 재개한다는 보도가 일본 쪽 매체에 넘쳐난다. 반면에 국내 언론의 관련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이견으로 ‘외교전쟁’까지 거론됐던 그간의 경위를 되돌아보면 양쪽 언론의 보도 차이는 이상할 정도지만, 일본 쪽이 적극적으로 언론에 흘리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드러난 윤곽으로는 한-일 정상회담이 오는 9일로 거의 굳어졌고 회담의 내용물 조율을 놓고 외교통로를 통한 막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새 총리 취임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됐던 한-일, 중-일 수뇌회담이 복원되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북핵 문제, 동아시아 긴장완화와 공동체 구성 등 이 지역의 현안들을 생각하면 주요 3국 정상간에 신뢰있는 대화가 끊겼다는 점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이즈미 정권 아래서 망거진 아시아 외교를 되살리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욕은 어느 정도 느껴진다. 그가 첫 국외 방문지로 전략적 동맹관계인 미국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을 택한 것은 그런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국회 답변을 통해 일제의 침략전쟁이나 식민 지배를 인정한 것은 과거사의 판단을 역사가들에게 맡기자며 발을 빼던 종래의 자세와 견주면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당 출신의 총리가 1995년 전후 50돌을 맞아 낸 ‘무라야마 담화’의 존재를 마지 못해 받아들인다는 인상이 짙다. 마치 자신의 생각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지난 정권에서 그런 담화가 있었다는 점만은 인정한다는 식이다. 아베는 초점인 야스쿠니 참배 여부에서 여전히 분명한 견해 표명을 피하고 있다. 아베가 근본적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는데도 한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복원을 위한 외교 접촉에서 서로 뒤처지지 않을까 초조해한다는 일부 외신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역사관 등 큰틀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만나고 보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첫단추를 잘 채우지 않으면 어렵게 성사된 정상 사이 만남이 단번 행사로 그칠 우려도 높다. 우리 정부가 사전 협상에서 한-일 이견을 봉합하는 데 그치지 말고 더욱 당당하게 주장을 펴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