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나라를 도박 광풍으로 내몬 정부의 사행성 게임물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게임물 심의와 경품용 상품권 도입·운영, 사후 대처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관리·감독은 말 그대로 무책임과 파행의 연속이었다. 감사 결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는 부실과 비위투성이였고, 문화관광부는 내부의 반대와 경고가 있었는데도 규제 완화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은 불법을 돌보지 않고 권한을 이용해 제 배를 불렸다. 무분별한 정책 추진과 부실 심사 등 언론이 고발하고 드러낸 총체적 난맥상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은 횡령 등 불법·비리 혐의가 있는 관련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수십명을 검찰에 통보하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금까지 오락기·상품권 업체와 관련 공무원은 물론 국회의원 보좌관, 게임 전문가 등 20여명을 검은돈과 잇속을 챙긴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관료의 유착과 로비의혹 등 몸통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검찰 안팎에서 ‘어획량은 많은데 잡고기들만 많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검찰 수사가 검은 돈거래 등 불법 행위를 단죄하는 것이라면, 감사원 감사는 정책 집행의 오류와 비위를 밝히는 것이다. 돈과 이권이 있는 곳에 파리떼는 꼬이게 마련이다. 더 큰 책임은 온갖 비리가 판치는 복마전을 방치하고 오히려 부추긴 정책 실패에 있다. 그런데도 사행성 게임물 확대를 재가하고 집행한 주무 장관은 “불법은 없었다”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이런 점에서 감사원이 상품권 인증·지정제를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 담당자들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정책 실패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판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적극적인 검찰의 수사와 법 적용을 기대한다.
그렇다고 몇몇 관료만을 희생양 삼을 일은 아니다. 정쟁에 골몰해 사행성 게임 규제를 담은 법률안을 번번이 휴짓조각으로 만든 국회, 시민단체의 요청을 계속 무시하다 뒤늦게 뒷북 감사에 나선 감사원 역시 ‘도박 공화국’의 공범과 다름이 없다. 국민들의 헤집힌 가슴을 어루만지기는커녕 대통령의 친·인척 연루 혐의를 부인하는 데만 골몰한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와 국회를 둔 대가를 국민들은 이미 혹독히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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