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이 ‘아파트 반값 공급을 위한’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땅은 공공부문이 영구히 임대해주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값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내리겠다는 게 이 방안의 뼈대다. 대안 없이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흠집잡기에 골몰한다는 눈총을 받아온 한나라당이 모처럼 낸 생산적인 당론으로 평가한다.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는 일각의 이상론이 아니다. 방법과 여건에 차이는 있지만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공급 틀이 이러하다.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도 택지 공영개발의 한 방안으로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토지정의 시민연대는 오래 전부터 토지 임대 방식의 주택공급을 주장해 왔다. 열린우리당 한쪽에서도 이런 방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공감대는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할 만하다. 한나라당의 당론 채택이 논의 수준에 그쳤던 이 정책을 구체화 단계로 옮길 징검다리 구실을 하기 바란다.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를 두고 여러 회의적 의견이 나오고는 있다. 땅을 살 재원이나 땅 확보 문제, 토지 임대료 수준 등 난제는 적지 않다. 집값을 잡는 데는 별반 효과가 없고 투기만 증폭시킬 것이란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좀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정책 목적이다. 정책 목적이 바람직하고 뚜렷하다면 현실적 제약을 풀어가는 데 힘써야지, 제약이 많다고 지레 김을 빼는 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재원이나 땅 확보난으로 많은 양의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탓에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집 없는 이들에게 낮은 가격에 집을 장만할 길을 터주는 것만으로도 추진해볼 값어치는 있다. 치솟은 집값에 절망하는 이들에겐 강남 집값 안정보다 구입할 수 있는 집이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토지개발 이익 사유화를 최소화하는 길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막 공론화하는 단계인 만큼 구체적 방안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질 때는 아니다. 다만 철저하게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성을 갖고 논의해야 할 터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닫혀 있던 여야간 소통의 벽이 열린다면 그 또한 큰 부산물이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우선 던져놓고 보는 ‘사탕발림’에 그쳐선 정말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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