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여정부 3년(2003~05년) 동안 소득 재분배 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도(지니계수)가 개선된 비율이 3.2%에 그쳤다고 한다. 이는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평균 개선율(2.3%)보다는 조금 높아진 것이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치(26%)의 8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나아가 소득 재분배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국·일본(15% 안팎)에도 크게 못미치는 결과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 해소를 최대 정책 목표로 내건 참여정부의 참담한 성적표다.
소득 불평등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각종 사회보장 제도와 조세 등 소득 재분배 정책을 통해 이를 완화·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말로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외치면서, 실제 이를 뒷받침할 소득 재분배 정책에선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복지 예산은 증가율이 김대중 정부 때보다 더 낮아졌고, 그나마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보장성 지출은 쥐꼬리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 등 경직성 지출에 대부분 충당했다.
조세는 어떤가.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큰 직접세를 강화하기는커녕, 세수 확보가 쉬운 간접세 비중만 60% 수준으로 늘려놨다. 어디 이 뿐인가. 부동산 광풍 속에 자산 불평등은 소득 격차보다 더 심해졌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내집은커녕 최저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게 현실이다. 소득 불평등은 직접적인 소득 격차(노동소득 분배율)를 줄이지 않고는 근원적 개선이 불가능하다. 하위 20% 계층은 절대 생활비 지출을 줄였지만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근원에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곧, ‘일하는 빈곤층’이 놓여 있다. 한 해 수출이 3천억달러에 이르고 종합주가지수는 1400대를 오르내리지만, 절대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의 삶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산업간 연관성과 고용 효과가 감소하는 현실에는 눈 감은 채, 규제 완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주술만을 되뇐다. 나아가 정부는 가장 반시장적 범죄인 분식회계를 면책하자고 나서는가 하면, 여당의 정책 책임자는 이른바 ‘좌파 정책이 문제’라고 시비를 건다. 남은 임기 국정을 또박또박 챙기겠다는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인지 찬찬히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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