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맷값이 4주 연속 떨어지고, ‘버블 세븐’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아파트 값이 내리지 않던 분당 새도시 아파트 시세도 지난주에는 내림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분양값 인하 방안과 주택 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담은 ‘1·11 부동산 대책’과 ‘1·31 대책’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집값에 좌절을 느끼던 이들에겐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뜀박질하던 상승세에 견주면 하락세가 미미하긴 하나 추세가 반전됐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흐름이다.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 사이 차이가 벌어지는 것도 추가 하락 기대를 하게 한다.
하지만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하기엔 이르다. 봄 이사철을 앞둔데다, 부동산 대책 뒤에 한풀 꺾였던 집값이 작은 불쏘시개에도 다시 불붙던 것을 봐온 터이다. 당장 닥친 변수는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들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느냐다. 분양값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확대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시장은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정치권 움직임은 낙관적이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탈당 사태로 구심점을 잃었고,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소극적이다. 법안 처리가 무산되고 그 탓에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면 정치권은 서민들의 불같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차적 책임은 범여권에 있지만 한나라당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어쩌면 비난 화살이 힘 잃은 여당보다 칼자루를 쥔 한나라당한테 쏟아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집값 안정이라는 개념도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 분양값 폭리와 집값 짬짜미, 과도한 투기심리 등으로 부풀어 오른 거품이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가격 변동이 작은 걸 두고 안정세라고 할 수는 없다. 집값이 내리면 어김없이 경기침체론이나 부동산발 금융위기론이 나오곤 한다. 경착륙은 막아야겠지만, 거품까지도 지키려는 일부 계층의 속내가 배어 있는 건 경계해야 한다. 국내 금융부문의 건전성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격이 1~2년 전 수준으로 하락하더라도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금융연구원 보고서도 나와 있다. 부동산발 금융위기론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집값 하향 안정을 위해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얕은 정략으로 국민의 절박한 바람을 저버려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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