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부가 지난 13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사고 종합대책이라는 걸 발표했다. 지난 2월11일 보호소에서 불이 나면서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참사의 대책치고는 참으로 한심한 수준이다. 인권 보호의 책임이 있는 법무부의 대책인지, 화재 대책을 맡는 소방방재청의 대책인지 의심스런 지경이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모든 시설에 자동 살수장치(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건축자재를 타지 않는 물질로 바꾸며, 소방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또 시설 근무자의 안전관리수칙을 강화한다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위해물질 반입 여부를 정밀하게 조사하도록 했다. 이제 본국 송환을 기다리는 외국인들이 매일 몸수색까지 당할 판이다.
외국인을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하다가 벌어진 사고의 대책이라면 당연히 인권 보호 대책이 비중있게 담겨야 한다. 그런데 인권 강화 방안은 없고 도리어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법무부가 ‘인권존중과 참여 확대’를 3대 임무의 하나로 삼고, ‘인권보장의 실질적 구현’을 6대 중점추진 정책 목표로 한다는 건 모두 빈말인가? 아니면 법무부는 외국인의 인권엔 아예 관심이 없다는 건가?
여수 참사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월 내놓은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인권실태조사’만 봐도 넉넉히 알 수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불법체류자를 처벌 대상인 범죄자처럼 취급하고, ‘강제퇴거를 위한 신병확보’가 목적인 보호소 수용이 범죄자 구금처럼 이뤄지는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수갑을 채우는 일이 흔하고, 변호사나 자국 영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나 인권침해를 문제삼을 권리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쯤 되면 보호가 아니라 재판 없는 강제 구금이다. 외국인과 인권단체들이 인권이 빠진 법무부 대책에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외국인 보호시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그들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감옥 같은 보호시설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소방훈련보다는 담당 공무원 인권교육부터 실시해야 한다. 좀더 근본적인 대책은 폭력적인 단속과 구금, 강제 추방 일변도의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낯선 이국땅에서 주검이 되어 고향에 돌아간 이들에게 대한민국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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