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핵심 공약인 경부 대운하에 대한 정부 보고서를 둘러싸고 변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 쪽은 한 언론이 보도했던 37쪽짜리 보고서가 변조됐으며, 정부가 공개한 9쪽짜리 보고서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 쪽은 ‘청와대를 정점으로’ 진행되는 ‘이명박 죽이기 공작’의 일환이라고 반발하면서 국정조사와 이용섭 건교부 장관 해임안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만큼 진상이 명확하고 조속히 밝혀져야 한다. 문서 변조 여부나 두 보고서의 관계 등은 조사를 수행한 태스크포스팀 책임자와 수자원공사, 건교부 관계자 등을 불러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정치적 의도에 따라 조금이라도 조작·변조됐거나 유출한 것이 확인된다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 쪽이 처음부터 청와대 배후설과 박근혜 후보 쪽의 연루설을 언급하는 등 정치공세로 나온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정치에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일이 먼저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사실 확인 없이 음모니 공작이니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판을 혼탁하게 하는 낡은 정치다. 검증 공방을 피하려는 정략적인 의도도 엿보인다. 정치 다툼은 경찰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살펴보면 37쪽짜리 보고서는 이 후보 쪽이 주장하는 변조라기보다는 연구를 수행했던 태스크포스팀이나 이를 발주한 수자원공사 주변에서 만들었던 문서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 보고서는 사업비에서 1조원, 수송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다른 내용은 거의 같다. 글씨체도 제목 글씨만 다를 뿐 본문은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건교부에서 9쪽짜리 보고서를 별도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그동안 진전된 행정의 투명성 등을 고려할 때 그다지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야당 후보 공약에 대한 정부의 검토가 옳으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부 나름으로 필요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선거 중립성 시비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대운하의 경우 이왕에 여러 이견들이 제시된 만큼 어느 쪽이 옳은지 본격적인 점검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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