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쟁이 본격화했다. 어제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예비 주자 아홉 사람이 참가한 가운데 연 첫 정책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5일까지 예비 경선을 벌인다. 본선은 예비 경선을 통과한 다섯 후보를 두고 다음달 15일부터 10월14일까지 한 달 동안 전국 각 권역을 돌면서 차례로 치러진다.
가까스로 경선에 돌입했지만, 민주신당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요란하게 여권 대통합을 외쳤음에도 결국 민주당과 별도의 경선을 치르고 있으며, 범여권의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인 문국현씨도 독자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민주신당 내부는 참여집단 사이 화학적인 결합은커녕 친노파니 비노파, 반노파니 하면서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낮은 정당 지지율로 볼 때 대선용 정당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구심도 여전히 상당한 것 같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경선을 치르지 못하면 민주신당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동의 열쇠는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아니라 민주신당이 어떻게 경선을 치르느냐에 달렸다. 경쟁은 치열하게 하되 같은 배를 탄 동지로서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모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또 민주신당이 과거의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기존 정당과 무엇이 다른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최근 민주신당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경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선거인단 모집을 놓고 동원 논란이 일면서 첫 정책 토론회가 자칫 무산될 뻔했다. 또 본경선에서 여론조사를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도 아직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주요 후보 사이에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유불리만 따져 언제든 판을 깨겠다는 태도로는 스스로 약속한 ‘아름다운 경선’을 이룰 수 없다.
경선이 너무 늦는 바람에 민주신당 대선 후보 부실 검증도 우려된다. 민주신당의 후보가 뽑히면 대선이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아 별도의 검증 시간이 사실상 없게 된다. 따라서 경선 과정에서 우선 주요 후보에 대한 자질과 능력·도덕성·정책 검증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민주신당 역시 후보 검증은 치열할수록 좋다. 아울러 후보 검증에 주요한 구실을 담당하는 언론들의 분발도 필요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