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주노동자들을 소속 노동조합원으로 가입시키겠다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계획이 눈길을 끈다. 금속노조는 어제 중앙위원회를 열어 소속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임금 등 근로조건을 조사하고, 노조 가입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미 조직 규약을 고쳐 이주노동자를 가입 대상에 포함시켰고, 간부의 일정 비율을 이들에게 할당하게 해두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은 이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전기가 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키우는 데도 큰 구실을 할 수 있다. 금속노조 삼우정밀 지회의 사례는 이주노동자 껴안기가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두루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회사의 한국인 조합원은 4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원 모두 입사하면서 바로 노조원이 되는 ‘유니언숍’을 지난 7월 도입해 이주노동자 22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그 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크게 개선됐고 고용도 안정됐다. 전사원이 조합원이 되면서, 조합의 교섭력은 매우 커졌다.
국내 이주노동자들은 아직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100여명이 지역노조 설립 신고서를 냈으나 노동부가 반려했다. 행정소송에서 고등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노동부가 상고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노조는 합법화되더라도 사업장 중심으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산별노조가 이주노동자를 직접 껴안겠다는 시도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48만여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3.2%에 이른다. 어느새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떠받칠 정도로 늘어났다. 이들을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노동규범에 따라 대우하는 것은 ‘인권 보장’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노동자들 가운데는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이도 일부 있다. 그러나 일감이 달라 실제 일자리 경쟁은 심하지 않다. 반면, 이들에 대한 낮은 처우가 국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업주들도 이주노동자 처우 개선을 생산성 증대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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