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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란’ 협박까지 하는 한나라당의 안하무인

등록 2007-11-13 18:11

사설
한나라당의 이방호 사무총장이 어제 당 회의에서 검찰의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와 관련해 ‘민란’이란 말을 입에 올렸다. 이 총장은 임박한 김경준씨의 국내 송환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두고 “조금이라도 그런 불순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수천 수만 수십만이라도 군중이 동원되는, 여러가지 수단으로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 민란 수준의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보태고 뺄 것 없는, 협박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국가적 혼란 기도도 불사하겠다는 말 아닌가.

이 총장은 지난주 당 회의에서도 “만에 하나 검찰의 정치공작적 태도가 있다면 민란이 일어날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해서 …”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 조직을 책임진 사무총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측근인 그가 공식 회의에서 거듭 이런 말을 했으니 개인적 발언이나 말실수라고 보긴 어렵다. 실제 이 후보도 얼마 전 비비케이 사건을 두고 “정치공작을 통해 정권을 탈취하려는 불순한 기도에 대해서는 국민과 함께 단호히 분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돌리면서 ‘국민’을 내세워 으름장을 놓는 모양새가 똑같다. 비비케이 사건에 자신 있다며 대통령직까지 걸겠다는 이 후보 자신의 말과도 다르다.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대체 뭐가 얼마나 켕기기에 이런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 때 검찰이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의 정치자금 수사를 유보한 일까지 내세우지만, 잘못을 눈 감아준 게 따라야 할 전례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하물며 범죄 의혹이 짙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이 총장의 ‘민란’ 발언은 국가기관인 검찰의 법 집행을 거대 정당의 힘으로 가로막으려는 것이어서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국헌을 문란케 하는 행위이고, 내란 선동으로 들리기도 한다. 설령 사건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정권을 맡겠다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 응당 한나라당 스스로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이 이런 협박에 흔들려선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민란 협박으로 검찰 수사가 왜곡돼 대선 결과가 좌우된다면 진짜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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