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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노총, 정책연대인가 정치적 거래인가

등록 2007-12-10 19:04

사설
한국노총이 어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고 대변하는 노동조합 조직이 가장 ‘반노동자적’이라고 평가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그 명분이 궁색했는지 “이 후보의 인식을 정책연대를 통해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그 또한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은 정책연대란 꼴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어떤 정책을 함께 추진한다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러니 이행을 보장할 장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한국노총은 10대 핵심 정책 요구와 13대 회원조합의 주요 현안 요구가 담긴 정책요구서를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후보 진영에서 보내 온 답변서를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연대 대상 후보를 조합원들한테 고르게 했다. 정책연대라면 노동자들이 바라는 정책을 가장 잘 반영할 후보와 연대하는 것인데, 답변서에 대한 제대로 된 조직의 평가도 없이 조합원 총투표가 이뤄졌다. 대선후보 인기투표를 하여, 1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절차도 흠투성이였다. 정동영·이회창 후보는 비비케이 수사결과가 발표된 뒤로 투표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고, 한국노총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책협약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은 투표를 강행했다. 사실상 이명박 후보 한 사람만 정책연대 대상으로 남은 가운데 투표가 이뤄졌다. 87만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23만여명만 투표에 참가하고, 투표자 가운데 과반수에도 못미치는 42%의 득표를 얻은 이 후보를 정책연대 상대로 정한 것도 정당성이 떨어진다. 이런 중대사안이라면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조직의 결정이니 조합원 모두 따르라고 할 근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셈이다.

한국노총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를 넘는 후보만 정책연대 대상으로 삼는 등 친노동자적 정책을 밝힌 후보를 투표대상에서 빼놓았다. 조합원 투표를 내세워 대선 후보와 정치적 거래를 하는 데 애초부터 지도부가 더 뜻을 두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노총 지도부는 뒷날 정치적 보상을 받을지 모르나, 한국노총의 역사에는 또하나 커다란 오점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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