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부운하가 지나갈 지역의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이 한반도 대운하 조기 착공 방침을 밝히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여객·화물터미널이나 물류기지 설치 예정지를 중심으로, 대통령선거 이전에 견줘 땅값이 갑절 이상 뛴 곳이 많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선 장차 10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니 예사롭지 않다. 아직은 부르는 값만 올랐다지만, 운하 건설이 가시화하면 거센 투기바람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불보듯하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나서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개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니 더 걱정이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경계보다는 이를 방관하거나, 심지어 땅값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는 일부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기대하는 개발이 어떻게 귀결될지, 굳이 많은 사례를 들 것도 없다. 한국토지공사 통계로는 경부운하가 통과할 주요 지역의 지난해 외지인 토지매입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운하 건설이 실행에 옮겨지면 개발이익의 상당부분은 이들 몫이 될테고, 실현된 개발이익과 이들에게 주어질 토지보상금은 주변은 물론 전국적인 부동산값 상승으로 이어질 게다. 혁신도시·기업도시·행정중심 복합도시 개발 때 이미 봤던 일이다. 그로 생기는 부담은 또 서민들의 몫이 된다.
이런 혼란의 책임은 확정은커녕 여론 수렴도 안 된 일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 한 당선인 쪽이 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개발이익 환수로 대운하 예정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엄포만으론 자신들이 불붙인 투기 기대심리를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당선인 쪽은 걱정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늘어나는데도 “반대 의견은 수렴하겠지만 운하는 건설한다”며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작용 따위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태도로도 비친다. 왜 이렇게까지 서두르는지, 그 배경과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운하의 부작용은 땅값 폭등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운하 건설로 말미암은 막대한 환경훼손과 이에 따른 각종 재난 위험 증가 등은, 이를 되돌릴 길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중대한 문제다. 실제 효과부터 의심스러운 운하의 경제성에 비할 게 아니다. 땅값 거품으로 말미암은 국가경쟁력 저하나 국력 소모도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당선인 쪽은 지금 울리기 시작한 경고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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