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에 시집온 지 한 달도 안 된 한 베트남 신부가 설 전날인 지난 6일 경북 경산시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숨졌다. 딸의 유해를 건네받은 친정 어머니는 “나를 한국에 데려가 딸의 사인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진정서를 베트남 외교부에 내고 장례식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한 베트남대사관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찾는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갑작스런 신부의 죽음에 유족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특히 말도 통하지 않는 먼 나라로 시집간 딸의 주검을 맞은 어머니의 애끊는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경찰은 주검에 외상 흔적이 없고,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아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다”는 남편의 말에 따라 베트남 신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대사관까지 나선 만큼, 경찰이 조사에 적극 협조해 한톨의 의심도 남지 않게 해야 한다.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신부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한 여성이 남편에게 맞아 숨진 일이 있었고, 또다른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피해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이혼 상황을 맞은 신부가 숨진 이번 일도 동아시아 여성과 한국인 남성간의 국제결혼이 안고 있는 문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은 2001년 134명에서, 2006년 1만131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외국인 신부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인 신부 수를 곧 추월할 듯하다. 재중동포 출신 신부는 말이라도 통하니 낫지만, 언어와 문화가 크게 다른 나라에 앞날을 그저 운에 맡기고 시집오는 베트남 여성은 적응이 쉽지 않다.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도 많지만, 불화와 갈등으로 곧 이혼하거나, 가족의 폭행에 시달리는 사례도 적잖이 보고되고 있다.
국제결혼도 개인 사이 일이긴 하나, 당사자들만의 노력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결혼이주 여성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인권침해를 당할 경우 즉시 구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불행한 일들이 쌓여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서만은 아니다. 어느 나라 출신이든, 어떤 이유로 시집오게 됐든, 우리나라에 시집온 이상 그들도 우리 국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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