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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심도 품위도 팽개친 ‘교수정치인’

등록 2008-04-13 19:43수정 2008-04-14 00:06

사설
김연수 서울대 교수(체육교육학과)의 복직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올 1학기 개강 직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자마자 육아휴직계를 내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다가 낙선한 이다. 학생의 수업권을 훼손하고, 연구자로서 본분을 팽개쳤고, 거짓된 이유로 휴직해 교육자로서 품위를 실추시켰으니 사범대 인사위원회가 사직을 권고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복직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현행 규정으로는 사직을 강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 교수 같은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땐 1천여명의 교수가 정치권 주변을 기웃거려, 폴리페서(정치+교수)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번 18대 총선에선 25명이 지역구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16명이 떨어졌다. 이들 역시 낙선하자마자 복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에게 교수직은 한낱 정치의 부업이거나 정치권 진출의 발판에 불과한가 보다. 그런 이들이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은 이들에게 무엇을 배울 건지 궁금하다.

이들로 말미암아 대학 사회는 선거철마다 정치 바람에 흔들려 왔다. 제자들을 선거판에 동원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선거 운동과 수업을 병행한 교수도 있었다. 교수 1명이 국회로 진출하면 4명의 교수가 1년의 안식년을 반납해야 하고, 대학원생은 논문 지도교수를 바꾸거나 논문 주제를 바꿔야 한다.

대학으로선 규제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들을 규제할 장치가 없다. 서울대의 젊은 교수들이 김씨 사건을 계기로 윤리규정 제정 운동을 벌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이 대학 당국에 올린 건의문에는, 공천 신청 때 휴직을 의무화하고, 낙천·낙선 때 신규 임용절차에 준하는 심사를 받도록 하며, 임기 만료 뒤 복귀할 때도 동일한 수준의 재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권고 사직과 다름없는 강력한 내용이다.

정치의 영역과 대학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 전문지식을 단지 경세치용에 활용하는 게 아니라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려 한다면 대학을 떠나야 한다. 양쪽에 한 다리씩 걸치고 앉아 ‘두 길 보기’를 하는 것은 학문과 정치 양쪽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물론 교수는 정치 활동이 보장된다. 그건 전문지식을 활용하라는 뜻일 뿐, 직업으로서 정치를 겸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최고 지성으로서 타율적 규제에 앞서 스스로 지킬 건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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