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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무현의 꿈’은 묻히지 않았다

등록 2009-07-10 20:13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와 유골 안장식이 어제 치러졌다. 시대의 격랑을 온몸으로 헤치며 살아온 그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 땅 산기슭에 묻혔다.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꿈과 희망마저 함께 묻히지는 않았다. 민주주의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세상, 모든 지역과 계층이 골고루 잘사는 세상…. 그가 꾼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일은 이제 살아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눈앞의 현실이 절망스러울수록 이런 꿈의 실현은 더욱 절실한 과제로 다가온다.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는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과 슬픔, 그리고 각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경종을 울렸다.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의 목소리도 방방곡곡에서 울려퍼졌다. 하지만 50일 가까운 시일이 흐른 지금, 현실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기만 하다.

정부·여당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각계에서 봇물처럼 쏟아져나온 목소리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사과와 반성을 하라는 요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면밀히 점검해 다시는 이땅에 정치보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라는 요구도 묵살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복원, 소통부재 해소 등 정권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들도 쇠귀에 경 읽기였다. 오히려 추모열기가 다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자 공안통치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이제 노 전 대통령의 49재까지 끝났으니 추모정국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여당의 이런 강고한 벽 앞에서 야당을 비롯한 민주개혁세력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분노와 절망이 깊을수록 이를 희망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은 더욱 치밀하고도 세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 전 대통령 추모열기에 마냥 편승하거나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태도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의 집권기에 대한 차분한 평가를 통해 버릴 것과 계승할 것을 엄격히 가려내고, 미래를 이끌어갈 진정한 대안을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의 힘’을 폭넓게 엮어 변화의 동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지만 그의 뜻을 기리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만만찮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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