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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모든 국민을 범죄인 취급하겠다는 것인가

등록 2009-10-12 07:40

경찰의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에 무려 4417만건의 개인 정보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인의 범죄 경력은 물론 지문과 면허, 차적 등 온갖 정보가 담겨 있다고 한다. 범죄인뿐 아니라 범죄사건의 피해자와 참고인의 개인 정보까지 관리하고 있다니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 경찰의 감시 아래 놓여 있는 셈이다.

경찰은 범죄 수사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방대한 개인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경찰이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수사상의 편의를 위해 범죄와 관련된 국민의 상세한 개인 정보를 저장·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한 번 죄를 지었더라도 그 사람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범죄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는 범죄사건의 피해자나 참고인의 개인 정보까지 관리하는 것은 너무나 자의적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처럼 개인의 신념 등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까지 있다.

개인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수사상의 목적에 한해 열람권이 있는 경찰만이 개인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만약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개인 정보에 접근한다고 해도 이를 제어할 마땅한 통제장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경찰 인권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난 9월 출범한 제3기 경찰 인권위원회는 의사나 종교인, 친정부 단체 인사 등 대부분 인권 비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

경찰이 시위사범의 사건 기록을 관리하면서 시위자와 관련된 가족 등의 공안사건 기록까지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이는 경찰이 저장·관리하고 있는 개인 정보가 시위사범 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편법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찰의 범죄 수사는 중요하지만 국민의 인권을 무시해선 안 된다. 따라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개인 정보라도 수사상 필요하다면 이를 저장·관리해도 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설사 범죄 수사상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개인 정보의 보관 대상이나 범위, 보관 기간 등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게 옳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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