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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

등록 2009-11-16 19:05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그제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정책’을 발표했다.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우애의 정신을 바탕 삼아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이루는 데 공헌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바로 전날 도쿄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태평양 국가’의 일원으로서 아시아 문제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겠다고 한 연설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하토야마 총리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의 추진을 설명하면서, 일본이 아시아 나라의 많은 사람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뒤 60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 진정한 화해는 달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유럽에서 두 번이나 큰 전쟁을 치렀던 독일과 프랑스가 중심이 되어 노력한 끝에 ‘부전 공동체’를 만든 것이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의 원형이라고도 했다. 취임 전부터 “과거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고 말해온 하토야마 총리의 솔직한 역사 인식과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하토야마 총리 등장 이래 일본 정부의 과거 역사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하토야마 총리와 오카다 가쓰야 외상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과 발전을 약속하고 있다. 오카다 외상은 말보다 행동을 강조하며 한·중·일 역사교과서를 미래의 이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아키히토 일왕이 취임 20년을 맞아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온기는 아랫목에만 머물고 있을 뿐이다. 우익세력이 만든 역사교과서의 채택 비율은 더 높아졌고, 재일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우익단체의 활동은 맹렬해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 사람들은 하토야마 정부의 반성 자세를 환영하면서도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길 꺼리고 있다. 과거에도 일본 총리가 반성하고 난 뒤 이를 뒤집는 정치인들의 망언이나 보수우익세력의 움직임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총리도 동아시아공동체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이웃 국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알 것이다. 그 지름길은 사과하고 반성한다는 백 마디의 말보다 교과서 검정, 야스쿠니신사 합사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에서 단 하나라도 일본이 진정으로 바뀌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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