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진주’로 꼽혀온 두바이가 그제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선언했다.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와 자회사인 나힐의 채무 상환을 내년 5월30일까지 6개월 미뤄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로써 막대한 외국자본을 빌려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인 두바이식 발전모델이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았다.
두바이 사태는 세계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세계경제가 지난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지만 곳곳에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세계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는 이르다. 당장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댄다. 두바이에 400억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중국과 일본·한국 등 아시아지역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과도한 반응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번 사태로 유럽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면 그 여파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동안 제기됐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번 사태는 대규모 외국자본을 차입해 대형 토목공사를 벌인 두바이 발전모델이 실패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두바이월드의 차입금은 590억달러이고, 두바이 전체로는 무려 800억달러에 이른다. 두바이는 이런 막대한 외자를 동원해 세계 최대·최고의 금융허브를 만들려고 했지만 세계 금융위기로 계획이 차질을 빚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적지 않다. 우리 경제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곳곳에 두바이 같은 지뢰밭이 숨어 있는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낙관하기 어렵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직접 두바이월드에 물린 돈은 많지 않으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경제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내수시장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대외 충격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빚내서 대형 토목공사를 벌인 두바이식 발전모델을 따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형 토목공사는 사업 당시에는 경기가 흥청대는 것 같지만, 개발이익이 투입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부도가 나거나 재원 낭비로 이어진다. 4대강 사업 등 온 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진지하게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성공 가능성이 낮고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만 우려되는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계획도 재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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