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어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고교 지리·역사 과목 새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발표했다. 자민당 정권 때인 지난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기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내놓은 데 이어, 민주당 정권도 비슷한 조처를 취한 것이다. 지난 9월 ‘아시아 나라들과의 진정한 화해’를 내세우고 출범한 정권이어서 더 실망스럽다.
일부에서는 해설서가 ‘다케시마’라는 말을 직접 쓰지 않고 “중학교에서의 학습에 입각…”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한-일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문부성 역시 “다케시마는 우리의 고유 영토로, 정당하게 인식시키는 것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표현을 간결하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정말 한-일 관계를 생각했다면 기존 해설서를 그대로 유지했어야 마땅하다. 지난해 이전에는 중학교 해설서에도 독도 관련 내용이 없었다.
독도는 법적으로나 실효적으로나 한국 땅으로서 영토 분쟁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그릇된 제국주의적 사고의 산물일 뿐이다. 일본 정부가 이를 잘 알면서도 해설서 내용을 바꾼 것은 말로만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외칠 뿐 내용에서는 이전 정권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논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정부는 야스쿠니신사, 군대위안부, 과거사, 재일동포 참정권 등의 문제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여왔다. 하토야마 총리 자신이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올바르게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일본과 아·태 나라들 사이에 우애의 연대를 만들자” 등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달라진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며칠 전에는 일제 때 강제노동을 한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9엔(약 1300원)씩 지급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이번 일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논평이나 하나 내고 유감 표명에 그친다면 일본은 자신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오판할 수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에 집착하는 한 하토야마 총리가 제창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진척되더라도 그 속에서 일본이 설 자리는 없음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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