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밑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원노조 전임자 허가지침’을 개정했다. “전임자 허가기간 중 교육공무원법 등 법령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경우 허가 취소가 가능”하다고 한 부분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추가했다. 또 전임자 허가 제외 대상이란 항목을 신설해 “전임기간 중 교육공무원법 등 법령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자 또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가 전임 허가를 다시 신청한 경우에는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못박았다.
교과부가 이렇게 지침을 개정한 이유는 명백하다. 지난해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도부의 노조 전임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서다. 교과부는 시도별 징계 상황이 달라 형평성 차원에서 지침을 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교육감이 징계를 유보한 전교조 위원장 등 6명의 경기도 출신 전교조 간부들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존 지침대로라면 지난 연말 무더기로 해임·정직 등의 처분을 받은 다른 지역 출신 전교조 간부들은 전임에서 해제되는 반면, 경기도 출신 간부들은 전임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전교조는 교과부의 이번 조처에 대해 노조 활동 탄압이라고 반발한다. 그러자 교과부는 “기본적으로 노조 전임자 허가권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교과부는 권고만 할 뿐 결정은 각 시·도 교육감의 몫”이라며 발을 뺐다. 그러나 교과부의 주장을 곧이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사에 대한 징계권을 갖는 교육감이 사법부의 최종판단 이후로 해당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한 게 교과부다. 이번 지침 개정은 다시 김 교육감과 전교조를 압박해 교원노조 활동을 위축시켜 보겠다는 뜻에서 나온 게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교과부 조처는 법치의 상식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할 교과부가 얄팍한 꼼수나 부리니 딱한 노릇이다. 더군다나 시국선언과 관련해서는 교과부 안에서조차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내부 검토가 나온 바 있다. 또 대법원은 최근 법원공무원 규칙을 개정하며 애초 안에 있던 집단적인 정책 반대를 금지하는 조항을 제외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교과부가 아무리 징계를 하고 싶어도 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는 게 최소한의 상식이고 순리다. 교과부는 이제라도 상식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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