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은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고용사정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공식 실업률은 3~4%대로 비교적 낮지만 지난해 말 ‘사실상 실업자’는 330만명으로, 실업률이 무려 12.6%에 이른다. 고용이 성장의 후행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속 빈 성장을 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업자가 급증하는 것은 정부의 성장 위주 경제정책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는 5%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는 이를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성과로 내세우지만, 고용이 늘지 않는 성장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올린 일부 수출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를 벌려 사회 양극화만 심화시킬 뿐이다.
성장과 고용의 괴리가 점점 커지는 것은 정부가 대응 시기를 놓친 탓도 크다. 우리 경제구조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건 수년 전부터다. 따라서 고용유발계수가 낮은 수출대기업 위주의 기존 성장 정책을 일찌감치 포기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당장 가시적인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매달려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성장률은 높아지지만 고용사정은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지게 된 것이다. 엊그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전에는 성장률이 1% 올라가면 고용이 8만~10만명 정도 늘었지만 최근에는 3만~4만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앞으로 고용창출 분야로 성장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긴 한데, 이런 사실을 이제야 알고 뒤늦게 정책 방향을 수정하겠다는 게 한심할 따름이다.
고용 증대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전체 고용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에 대한 올해 예산은 오히려 30%나 줄었다. 부자 감세로 가뜩이나 빠듯한 재정을 4대강 사업 등에 쏟아붓느라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이래서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없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를 수출 위주에서 내수시장 위주로 바꿔야 한다. 그에 앞서 당장 시급한 일은 임시직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사회적 공기업 등이 활성화하도록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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