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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종시 수정안, 국가 균형발전 파기했다

등록 2010-01-11 19:26

정부가 어제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하는 수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예상했던 대로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방안은 없고 세종시에 동원 가능한 온갖 특혜를 쏟아부었다. 장기적으로 국가 균형발전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들이다. 게다가 수정안 자체가 근거 없이 효과를 부풀린 것들이 많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수정안 자체가 큰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원안대로 가면 정책품질 및 국가경쟁력 저하로 연간 5조원씩 20년 동안 100조원의 비용이 지출될 것이란 분석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온 것인지 받아들일 수 없다. 수정안으로 하면 글로벌 투자유치로 1만9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란 대목도 무책임한 주장이다. 서울의 관문이라고 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조차 외국인 투자 부진으로 몇 년째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책임질 수 없는 장밋빛 약속으로 수정안을 포장하기보다는 좀더 신뢰할 수 있는 근거부터 내놓는 게 순서일 것이다.

수정안 관철을 위해 세종시에 온갖 특혜를 쏟아부은 대목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토지 공급은 산업단지 수준으로 싸게, 세제혜택에선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수준에서 파격적으로, 또 학교 설립 등에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누리는 혜택을 모두 가져갔다. 정부는 기업도시 등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조건 아래서만 지원되던 각종 혜택을 한곳에 몰아주는 상황에서 특혜 시비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세종시에 자율형 사립 및 공립고,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온갖 특수목적고를 모두 세우겠다는 방침은 교육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다. 정치권에선 사교육의 폐해를 막기 위해 외국어고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특목고를 미끼로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겠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세종시에 그렇게 해주면 다른 지역은 가만히 있겠는가. 교육이야말로 국가 백년대계라고 했다. 세종시 하나를 위해 교육정책을 뒤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수정안대로 간다면 영호남권을 비롯한 지방 거점도시들의 공동화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균형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대안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도 전국의 기업·혁신도시 등이 투자 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정안을 채택할 경우 그나마 투자를 고려중인 기업들이 세종시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만 해도 그렇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대구·경북권, 새만금 등이 이미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가 가세한다면 새만금이나 대구·경북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세종시 수정안이 채택되면 지역간 대립과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애초 수정안의 근거로 행정 비효율을 들었다. 하지만 수정안은 우리 사회에 더 큰 갈등과 소모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부가 바란 게 과연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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