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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형지 문제에서도 탈법·위법인가

등록 2010-02-02 20:00

정부가 세종시에 이어 전국 곳곳에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에서도 원형지 공급을 추진한다고 한다. 어제는 어느 산업단지에 원형지 공급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각 시·도 산업단지 담당자들과 회의까지 열었다. 국가산업단지 4곳에서 원형지를 공급하고, 지방산업단지에서는 어느 곳이 가능한지 더 찾아보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명백히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세종시도 마찬가지지만 산업단지에서 원형지를 공급하려면 먼저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법이 마련되기는커녕 아직 국회에 제출도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산업단지에 원형지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법 통과 전에 원형지 공급을 위한 사실상의 행정행위를 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짓밟는 행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관련법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사전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회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만일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설사 사전 조사가 필요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준비하는 게 옳다. 관련법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공식 회의까지 열어 원형지 공급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국회를 ‘통법부’로 보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부의 국회 경시 풍조가 일상화됐다지만 해도 너무한다.

더구나 원형지 공급을 둘러싼 특혜 시비와 막개발 우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익 목적으로 수용한 땅을 헐값으로 기업에 넘기는 게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을 보면, 세종시에서 원형지를 3.3㎡당 36만~40만원으로 공급하면 국가가 모두 55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업들이 이익을 보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타당성이 결여된 정책을 탈법적으로 밀어붙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이를 먼저 시행했고,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공사를 발주했다. 원형지 공급을 밀어붙이는 이번 행태도 마찬가지다. 말로만 법치를 외칠 게 아니라 이런 탈법·위법 행위부터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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