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가 진행중인 낙동강·영산강 등 하천 전 구간의 퇴적토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미국 기준치보다 훨씬 높게 검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008년 대대적으로 실시한 하천 퇴적물 조사 결과다. 특히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낙동강 퇴적물의 평균 비소 농도는 미국 기준치의 갑절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퇴적물의 오염도가 높으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비소 오염이 이렇게 심각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4대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준설로 엄청난 수질오염이 발생하리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 태도다. 하천학회 등이 오염 사실을 발표한 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독자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낙동강 달성보와 함안보 퇴적토의 오염도가 모두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와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총사업비 22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을 준비하면서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정부는 4대강 퇴적물의 심각한 비소오염 사실을 알고도 감춘 것은 아닌지 낱낱이 해명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그만큼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퇴적토가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판명된 이상 대규모 준설을 전제로 한 4대강 공사는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준설 과정에서 땅속 오염물질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수질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보를 이용해 물의 흐름까지 막는다면 오염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준설토 처리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준설토를 농지개량용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오염된 준설토를 그대로 농토에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그뿐이 아니다. 2차오염 우려도 있다. 빗물로 인해 지상에 쌓아놓은 준설토 주변 토양이 대거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정부가 규정된 실태조사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온 데 있다.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강을 불과 2년 만에 정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을 포기하고 4대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은폐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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