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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늉만 낸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대책

등록 2010-03-02 20:25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낙태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부랴부랴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을 내놨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사회협약 추진, 피임 실천율 제고, 위기임신상담 핫라인 설치, 비혼 한부모 지원 확대, 불법임신중절 시술기관 신고센터 설치, 임신중절 예방상담제 신설 등 겉보기에 그럴싸한 방안들이 망라돼 있다.

그러나 그 대책이란 것들이 변죽만 울릴 뿐이다. 도대체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기라도 하려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우리나라가 낙태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정도로 낙태율이 높은 이유는 삼척동자도 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환경 탓인 것이다. 복지부가 어제 함께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임신중절 여성의 58%를 차지하는 기혼여성의 중절 선택 이유는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70%)와 ‘경제적인 어려움’(17.5%)이었다. 비혼여성의 경우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응답이 93.7%나 됐다. 기혼자는 양육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비혼자는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탓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대책엔 이에 대한 답이 없다. 겨우 내놓은 것이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양육비 지원을 현행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고 매칭적립금을 조성한다는 생색내기용 대책뿐이다. 불법낙태 광고를 3번 하면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제명한다는 삼진아웃제는 의사들조차 그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불법낙태 병원에 대한 신고센터 설치와 검찰 고발 계획이다. 이미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낙태시술 의사를 고발한 이후 낙태 비용이 치솟고 가출 여학생들이 그 치솟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낙태계’까지 하고 있다는 충격적 보도가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 사문화시켰던 법을 새삼스레 꺼내들어 의사와 여성들만 범법자로 만드는 방식으론 문제 해결은커녕 여성의 생명권·건강권만 위협하는 새로운 문제를 낳을 뿐이다.

왜곡된 정책, 사회문화, 극단적인 양극화의 산물인 낙태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순 없다. 철저한 임신·피임 교육 및 초기임신중절 약의 합법화 등을 통해 생명과 여성의 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낙태 대신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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