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인사건의 피해자 이유리양의 영결식이 어제 있었다. 13살 어린 넋을 보내는 운구행렬은 바로 지난달까지 아이가 뛰어놀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한바퀴 돈 뒤 화장장으로 향했다. 이런 길을 간 어린 넋이 벌써 몇 명째인가. 이제는 집에 있던 아이까지 납치돼 목숨을 잃는 지경이 됐다.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분명히 따져야 한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이번과 비슷한 성폭행 전과가 두 건이나 있다. 재범 가능성이 큰 성범죄자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형을 마치고 난 뒤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았다. 법 시행 전의 범죄이거나 성인 대상 범죄여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나 전자발찌 착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법 규정이 그렇다 해도 이 정도 위험인물이라면 경찰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경찰은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 경찰 내부지침에 3회 이상 관련 혐의로 실형을 받아야 우범자로 지정되는데, 그는 2회에 그쳤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집회에 한번 참가했다고 해서 들고나며 매일같이 감시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경찰이다. 정권 보위에 쏟는 노력의 일부만 기울였더라도 이번처럼 성범죄자가 활개치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의 잘못은 그뿐이 아니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받고서도 단순가출일 거라고 지레짐작해 초동수사를 미적거렸다. 코앞에 있던 이양의 주검을 열흘 넘게 못 찾았고, 범행 현장 부근을 오가던 용의자를 몇 차례나 놓쳤다. 그동안 국민의 안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탓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닌지 묻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 사회는 들끓는 분노와 함께 온갖 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대책의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에도 성폭력 범죄자를 엄벌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등의 여러 법안이 제출됐지만 대부분 국회에 묶여 있다. 성범죄 예방을 위한 예산은 오히려 많이 삭감됐다. 말만 앞선 꼴이다. 이번엔 전자발찌의 소급적용까지 거론된다. 소급을 금지한 헌법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려는 것으로 실효성이 의심되는 주장이다. 이렇게 당장 비난을 모면하고 국민의 분노에 영합해 뒷북을 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경찰력을 제대로 가동해 성범죄를 제대로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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