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군대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고 있었음이 일본 외무성 문서로 확인됐다. 현재 일본에서 이뤄지는 징용 피해자의 소송 등에 이런 사실이 반영돼야 하는 것은 물론, 일본 정부가 일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개인 청구권이란 일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피해 당사자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 2조를 거론하며 이 청구권의 유효성을 부정해왔다. 이 조항에는 ‘양국 및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협정으로 소멸한 것은 국가의 외교보호권일 뿐 개인의 권리까지 국가가 포기할 수는 없음을 지적해왔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일본 스스로 당시부터 이런 판단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다른 소리를 해온 것이다.
이번 문서가 아니더라도 일본 쪽의 개인 청구권 소멸 주장은 근거가 취약했다. 백번 양보해 개인 청구권 문제와 관련한 당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더라도,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등 일제의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국제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안부 문제는 일본 쪽이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협정에 포함되지 못했다가 1990년대가 돼서야 본격 제기됐다. 청구권 소멸을 주장할 최소한의 근거조차 없는 셈이다.
이번 일은 일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 문제를 깨끗하게 푸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 우선 한일협정과 관련한 모든 문서가 빨리 공개돼야 한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2005년 협정 문서를 공개하고 나서 3년 뒤인 2008년에 문서의 일부를 공개했으며, 이번 문서도 이들 문서 가운데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다. 이번 문서도 “개인 청구권은 조약 체결국의 국내 조처에 의해 처분될 것”이라고 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먼저 책임을 인정해야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
지금의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푸는 데 비교적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과거 위안부 관련 법안 발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젠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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