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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도 권력 입김 작용했나

등록 2010-03-21 21:30

조계종 총무원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봉은사 주지인 명진스님이 지난 14일 일요법회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과정에서의 ‘외압설’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어제 일요법회에서 명진스님은 외압의 실체를 직접 거론하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건 정치권력이 종교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려 한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종교는 그 영역이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정치권력이 종교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는 권력이 국민의 영적인 세계까지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정교 분리에도 어긋날뿐더러 불교계로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불교계에서 명진스님이 차지하는 위상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명진스님은 그동안 4대강 사업 반대,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1억원 전달 등 이 정권에 밉보이는 일을 거침없이 해왔다. 수행자로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런 그의 행동에 비춰 보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두면 되겠느냐”고 했다는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은 아무리 종교인이라도 그냥 두지 않는다는 게 이 정권 핵심 인사들의 사고방식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안상수 의원은 “황당한 얘기”라며 이런 발언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니 그의 말을 믿고 싶다. 하지만 명진스님은 “내 말이 근거 없는 허황된 말이라면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승적에서 내 이름을 지울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인으로서 모든 것을 걸고 하는 말이다. 이제 이번 사안은 유야무야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결국 진실 규명이 불가피해졌다. 열쇠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쥐고 있다. 우선 안 대표와의 만남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가감없이 밝혀야 한다. 그리고 명진스님이 제기한 외압설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번 일을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불교계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정권과 불교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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