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쪽 시설 일부를 동결한 북한이 어제 이들 시설 몰수와 함께 다른 모든 부동산을 동결하고 남쪽 인력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이후 첫 남북 경협 사업으로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북쪽의 이번 조처는 분명 잘못이다. 무엇보다 투자자산 보호를 규정한 남북 사이 합의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특히 북쪽은 이번 조처를 취하면서 남쪽 당국은 물론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 쪽과 어떤 합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북쪽은 몰수 이유로 “장기간의 관광 중단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들면서 “응당한 주권행사”라고 했지만 이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자산 몰수·동결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다면 어떤 남북 경협 사업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 북쪽은 이번 조처를 천안함 참사와 연결시키면서 “금강산 관광은 고사하고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일발의 최극단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의 주체에 불과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보다 무서운 차후조처”를 언급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쪽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과 같은 남북 대결이 더 지속된다면 개성공단 사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사태가 지금에 이른 데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크다. 정부는 북쪽이 금강산 사업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한 지가 두달 가까이 됐는데도 어떤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방관·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금강산 관광을 대북 압박수단의 하나로 여기는 정책기조가 크게 작용했다. 북쪽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죄어 핵문제 등에서 굴복을 이끌어내겠다는 이런 태도에 북쪽이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 남북관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이번 일을 잘 풀지 못하면 과거 냉전 시절과 같은 관계로 되돌아갈 것이다. 양쪽 모두 피해자가 되는 구도다. 아직도 기회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 남북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 고위급 대화를 통해 북쪽은 일방적 조처를 철회하고 남쪽은 관광을 재개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는 것이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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