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라며 합리적 논의 자체를 피하고 있다. 그러나 제기되는 의문의 내용과 국내외 상황 등을 보면 정부 조사 결과를 검증·보완하지 않고 넘어가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달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 발표 때 100m 높이의 물기둥을 해안 초병이 목격했다고 한 대목이 조작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시 초병들은 군 자체 조사 때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며, 천둥이나 낙뢰로 추정해 보고한 것으로 보도됐다. 감사원도 이런 사실을 파악했으나 발표에서 뺐다고 한다. 물기둥의 존재는 어뢰 공격의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합조단이 초병의 진술을 조작했다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와 감사원의 ‘함정 감사’ 논란도 의구심을 더한다.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관이 사건 당일 ‘새떼가 아니라 북한 반잠수정을 확인했다’는 방향으로 감사 답변을 유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태영 국방장관은 “속초함장을 불러 2시간 동안 얘기를 들어봤는데, 답변 유도가 사실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랬다가 김 장관은 그제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공방을 보면 정부가 특정한 방향으로 꿰맞추기를 시도한 인상이 느껴진다. 역시 그냥 넘길 대목이 아니다.
이밖에도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이승헌 교수가 알루미늄 산화물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언급한 400쪽짜리 보고서, 한국 국방부가 주한 미국대사관에 건넸다는 251쪽 보고서의 실체 등 의문점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유엔 안보리 조처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 조사 결과를 검증해 신뢰성을 보완할 필요성은 이런 상황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국회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지금부터라도 제구실을 다해주기 바란다. 국회 특위는 27일까지가 활동시한이다. 그동안 특위는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로 거의 가동되지 못했다. 따라서 활동기간을 연장하고 국정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국내외적 대응이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조사 결과 검증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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