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제(현지시각)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대북 추가 제재 조처를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 결과를 공개하고 결속을 다진 날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대 북·중 대결 구도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미국의 제재 조처는 그 자체로 새로운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적잖다. 미국은 이번에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 등을 제재 대상에 넣었다. 이들을 천안함 공격 주체로 지목해 압박하는 방식으로 천안함 문제를 끌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천안함 공격 주체와 관련해 남북한 양쪽 주장을 병기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조처는 의장성명 취지에 어긋나는 일방주의라고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미 다른 제재를 겹겹이 받고 있어 압박 효과도 별로 없을 듯하다. 추가 제재가 현안 해결에 기여하기보다는 한반도 정세에 긴장만 더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두 나라는 오는 5~9일 서해 대잠수함 훈련을 비롯해 대규모 연합훈련을 연말까지 여러 차례 벌일 계획이다. 명분은 역시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대북 억지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현실로 나타났듯이, 훈련으로 북한이 위축되기보다는 중국을 자극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중국 북해함대는 어제부터 칭다오 해상에서 맞불 성격의 실탄훈련에 들어갔다.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대결 태세가 강화되면 우리 경제나 다른 영역에서의 주름살은 피할 수 없다.
며칠 전 북-중 정상회담에 김영춘 북한 인민무력부장 등이 배석한 사실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두나라가 경제협력뿐 아니라 군사협력까지 강화하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훈련 등에 맞서는 성격이라 해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대결 심리가 상승작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결구도 강화로는 풀 수 있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남북한과 관련국 모두 인식하는 게 절실하다. 한반도 주변에 긴장이 고조되는 데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남북한이 지게 돼 있다. 남북한이 문제의 당사자로서 주도적으로 국면전환 단서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우선 북쪽은 나포한 대승호의 선원을 송환하고 남쪽은 적십자사의 수해 지원에 쌀 지원을 추가하는 일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작더라도 창조적인 국면타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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